창세기 43 : 15 ~ 25 절 묵상
두려움 속의 친절, 하나님의 숨겨진 배려
본문 요약
창세기 43:15–25은 야곱의 아들들이 베냐민과 함께 다시 애굽으로 내려가는 장면입니다. 요셉은 형제들이 돌아오자 시므온을 풀어주고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러나 형제들은 요셉의 집으로 이끌려가는 상황을 두려움으로 해석하며, 이전에 자루 속에 들어 있던 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급히 설명합니다. 이 장면은 하나님의 뜻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간의 연약함과, 그 가운데에서도 친절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을 보여줍니다.
본문의 구조
- 형제들이 베냐민과 함께 애굽으로 감 (15절)
- 요셉이 형제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감 (16절~17절)
- 형제들의 두려움과 설명, 하나님의 은혜 (18절~25절)
형제들이 베냐민과 함께 애굽으로 감 (15절)
기근 속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결정 끝에 야곱은 베냐민을 보내기로 하고, 형제들은 다시 애굽으로 떠납니다. 그들은 베냐민을 데리고 곡식을 사러 애굽에 내려가며, 야곱이 준비한 예물과 자루 속에 되돌려 넣었던 돈도 함께 가지고 갑니다. 그들의 여정은 단순한 생존의 여정을 넘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들이 이제까지 품고 있었던 죄책감과 긴장은 그들의 걸음 하나하나마다 무겁게 실려 있었고, 베냐민은 그 여정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베냐민을 데려간다는 것은 단지 형제들의 순종이 아니라, 아버지 야곱의 마음을 녹이는 결단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그토록 소중한 아들을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모든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은 형제들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번에는 책임 있는 사람으로 행동하기로 결심했고, 하나님께서 길을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애굽을 향해 나아갑니다.
요셉이 형제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감 (16절~17절)
형제들이 애굽에 도착하자 요셉은 베냐민이 함께 온 것을 보고 자기의 청지기에게 형제들을 집으로 인도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는 정오에 형제들과 함께 식사할 계획을 세우며, 그들을 따뜻하게 대접할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요셉의 친절한 계획은 형제들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형제들은 요셉의 집으로 인도된다는 사실에 오히려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그들은 지난번 자루 속에서 발견된 돈이 문제를 일으켰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제 그 문제로 인해 자신들이 붙잡히고 종이 되거나 짐승까지 빼앗기게 될까 봐 겁을 냅니다.
이 반응은 과거에 죄를 저지른 자의 전형적인 심리입니다. 죄책감은 타인의 호의조차도 위협으로 해석하게 만듭니다. 요셉은 그들에게 선하게 대하려 했지만, 형제들은 자신들이 행한 과거의 죄가 들킬까 두려워 그 친절을 불안과 공포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은혜로 부르실 때조차도, 우리가 아직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은혜를 받아들이기보다 오히려 멀리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매우 유사한 모습입니다.
요셉은 형제들이 두려움에 휩싸인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게 합니다. 그가 형제들을 자신의 집으로 인도하고, 따뜻하게 대접하려는 이 행동은 단지 혈연의 정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아래 그들을 회복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그들을 용서하고 있었고, 그들의 진심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형제들은 그 친절 속에 함정이 있을 것이라 여기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형제들의 두려움과 설명, 하나님의 은혜 (18절~25절)
형제들은 요셉의 집으로 인도되자, 청지기에게 나아가 지난번 일어난 돈 문제를 급히 해명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전에 애굽에 와서 양식을 사서 돌아가는 길에 자루 속에서 각각 돈이 온전히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가지고 왔으며, 또 다른 돈도 가져왔노니 이는 우리가 그 돈을 누가 자루에 넣었는지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백을 강조하며,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사실을 낱낱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청지기는 그들에게 뜻밖의 말을 합니다. “너희 안심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 하나님, 너희 아버지의 하나님이 너희 자루에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넣으신 것이라 너희 돈은 내가 받았느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회계처리의 설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청지기는 히브리인의 하나님, 곧 여호와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의 돈이 사라진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린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답은 형제들에게 하나님의 개입이 점점 드러나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이 단순한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통해 어떤 뜻을 이루고 계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합니다. 곧 이어 시므온이 형제들 앞에 다시 등장합니다. 그들은 그를 데려오고, 요셉의 집으로 인도되어 물을 받으며 발을 씻고, 나귀에게도 여물을 줍니다. 이제 그들은 급히 준비해 온 예물을 정돈하며, 정오에 요셉 앞에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형제들은 이 모든 상황이 점점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길이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호의와 환대를 만나게 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때로 인간의 계산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임하고, 그것은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은혜는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이며, 그 길을 걷는 자들에게는 결국 평강과 화해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결론
창세기 43:15–25은 베냐민과 함께 다시 애굽을 찾은 형제들이 요셉의 집으로 인도되며 겪는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님의 섬세한 은혜가 드러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형제들은 여전히 과거의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누군가의 친절조차 의심과 공포로 받아들일 만큼 내면이 묶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불안함을 하나씩 풀어내고 계셨고, 요셉은 그들을 책망하기보다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가 피하고 싶은 자리로 우리를 이끄시며, 그 자리에서 두려움을 직면하게 하시고, 결국 은혜를 경험하게 하십니다. 형제들은 자신들의 죄로 인해 모든 상황을 어둡게 해석하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죄를 드러내는 동시에 용서와 회복의 길도 함께 열어주고 계셨습니다. 자루 속의 돈, 청지기의 말, 시므온의 석방과 요셉의 집으로의 초대, 이 모든 일들은 하나님께서 은혜로 이끌고 계시다는 증거였습니다.
우리도 때때로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조차 두려워하며 그것을 회피하거나 오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선한 계획을 결코 멈추지 않으시며, 우리가 진실과 마주하고 은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인도해 가십니다. 죄책감이 짓누르는 마음에도, 두려움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친절과 평안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은혜는 우리의 계산을 넘어 역사하며, 마침내 진정한 화해와 회복을 이루는 열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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