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21장 해석

도망자의 시작,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다윗

본문 요약

사무엘상 21장은 다윗이 사울의 살해 위협을 피해 본격적으로 도망자의 삶을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그는 놉에서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떡과 무기를 얻고, 이어서 블레셋 땅 가드로 피하지만 그곳에서도 위험을 느끼고 간신히 탈출합니다. 이 장은 다윗이 외적으로는 도망자이지만, 하나님께서 그를 어떻게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지를 보여주며, 위기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본문의 구조

1. 놉에서 아히멜렉을 만나는 다윗 (1절~9절)
2. 가드에서 아기스를 피하는 다윗 (10절~15절)

놉에서 아히멜렉을 만나는 다윗 (1절~9절)

다윗은 사울을 피해 제사장 아히멜렉이 있는 놉으로 갑니다. 아히멜렉은 다윗이 혼자 온 것을 이상히 여기며 놀라워합니다. 다윗은 사울이 내린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말로 상황을 둘러댑니다.

"왕이 내게 일을 명령하고 이르시기를 내가 너를 보내는 바와 네게 명령한 바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사무엘상 21:2)

이 말은 사실과 다르지만, 다윗은 위기 상황 속에서 자신과 동행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다윗은 먹을 것을 요청하고, 아히멜렉은 성소의 거룩한 떡, 즉 진설병을 조건부로 제공합니다.

"항상 내 앞에 진설하는 떡이니, 이제 갓 바꾸어 놓은 것이라…" (사무엘상 21:6)

이는 일반인이 먹을 수 없지만,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성결을 지켰다는 전제로 허락됩니다. 이 장면은 율법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원리를 담고 있으며,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12장에서 인용하셨습니다.

다윗은 또 다른 요청으로 무기를 찾습니다. 아히멜렉은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후 보관 중이던 그 칼을 제공합니다.

"보라 엘라 골짜기에서 네가 죽인 블레셋 사람 골리앗의 칼이…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이 없나이다" (사무엘상 21:9)

골리앗의 칼은 다윗의 과거 승리의 증표이며, 앞으로의 도피 여정 중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적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을 도엑이라는 사울의 신하가 보고 있었고, 이로 인해 이후 아히멜렉과 제사장들이 끔찍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 짧은 장면은 하나님께 충실했던 자들이 악한 왕의 눈에 걸려 희생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슬픈 복선이 됩니다.

가드에서 아기스를 피하는 다윗 (10절~15절)

놉에서 나온 다윗은 이스라엘 땅을 벗어나 블레셋 땅 가드로 갑니다. 그러나 그곳은 자신이 과거에 골리앗을 죽였던 곳, 다시 말해 원수의 도시입니다.

"이 사람이 다윗이 아니냐…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사무엘상 21:11)

그곳 백성들은 다윗을 알아보고 그를 왕보다 더 위협적인 인물로 인식합니다. 다윗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며 생존을 위한 기지를 발휘합니다.

"그들의 앞에서 그의 행동을 변하여 미친 채 하고…" (사무엘상 21:13)

다윗은 문짝에 글씨를 긁고 수염에 침을 흘리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이 모습은 다윗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그의 기지를 통해 보호하신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아기스는 다윗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이 미치광이로다… 어찌하여 그를 내게로 데려왔느냐?" (사무엘상 21:14)

결국 다윗은 가드에서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남습니다. 이 사건은 시편 34편과 56편의 배경이 되며, 다윗은 도망 중에도 하나님을 찬양하고 의지했던 신앙을 고백합니다.

결론

사무엘상 21장은 다윗이 외적으로는 위기에 처한 도망자였지만,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로 살아남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는 배고픔, 무기 없음, 정체 발각의 위험이라는 삼중의 위기를 겪지만,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통해(아히멜렉), 물질을 통해(떡과 칼), 상황의 반전을 통해(가드 탈출) 보호하십니다.

이 장은 하나님의 사람이 세상의 권력과 맞서 싸울 때 어떤 위기를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님은 그 모든 상황 속에서 결코 그의 백성을 떠나지 않으신다는 강한 메시지를 줍니다. 다윗은 도망자의 삶을 시작했지만, 동시에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로서 더욱 깊은 신앙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우리 삶의 도피처도 결국 하나님이심을, 도망 중에도 신실함을 지킨 다윗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신앙인의 삶에도 깊은 도전을 줍니다. 하나님은 위기 속에서도 우리를 기억하시고, 가장 어두운 골짜기 속에서도 피할 길을 열어주십니다.

사무엘상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