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3 : 18 ~ 20 절 묵상
약속의 땅에서 드린 고백
본문 요약
야곱은 마침내 가나안 땅에 평안히 이르러 세겜 근처에 장막을 치고 거주합니다. 그곳에서 밭을 사고 제단을 쌓아 하나님께 예배하며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부릅니다. 이는 야곱이 이스라엘로 이름이 바뀐 이후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 자신의 정체성과 믿음을 공식적으로 고백한 행위입니다. 하나님과의 동행 속에서 오랜 여정을 마친 그는 이제 약속의 땅에 정착하며 예배로 응답합니다.
본문의 구조
- 야곱의 평안한 도착 (18절)
- 땅을 사고 거주함 (19절)
-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함 (20절)
야곱의 평안한 도착
야곱은 브니엘에서 하나님과 씨름한 뒤 에서를 만나 화해하고, 숙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걷는 순종의 발걸음이었습니다. 18절에서 야곱은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러”라는 표현은 그의 여정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평안히”라는 단어는 단지 육체적 안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하심 속에 이루어진 신실한 인도와 회복을 의미합니다.
이 도착은 야곱에게 있어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셨던 언약의 땅에 자손으로서 다시 뿌리내리는 첫걸음입니다. 그는 떠날 때는 지팡이 하나만 들고 외로웠지만, 돌아올 때는 가족과 가축, 믿음과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니라 약속을 따라 걷는 자로 돌아온 것입니다. 야곱이 평안히 도착했다는 이 한 구절 속에는 지난 수십 년간의 여정,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갈등과 눈물, 그리고 하나님의 돌보심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이 도착은 그의 삶에 있어 한 챕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분기점입니다.
땅을 사고 거주함
야곱은 세겜 근처 하몰의 아들들의 손에서 백 개의 은전으로 밭을 사고 그곳에 장막을 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 처음 땅을 산 곳은 막벨라 굴이었습니다. 그곳은 사라를 위한 무덤이었고, 이후 족장들의 매장지가 됩니다. 야곱이 밭을 산 이 사건은 그가 외부인의 신분을 넘어서 이 땅을 자신의 거주지로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을, 그는 믿음으로 한 조각 먼저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는 아직 가나안 땅 전체를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작은 땅의 구매는 그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신뢰하며 행동으로 옮겼다는 증거입니다. 신앙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 무겁게 여길 때 자라납니다. 야곱은 이미 하나님께서 이 땅을 그의 자손에게 주시리라는 약속을 들었습니다. 이제 그는 그 말씀을 믿고, 그 믿음에 따라 삶의 터전을 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곱이 정착한 세겜 땅은 향후 그의 가족에게 중요한 무대가 됩니다. 이곳에서 디나 사건이 발생하고, 훗날 요셉의 뼈가 이곳에 묻히는 등 성경 전체의 큰 흐름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 땅을 산 사건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 언약의 흐름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기초가 놓이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말로만 존재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삶의 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함
야곱은 그 땅에 장막을 친 후,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그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그리고 공동체적으로 고백한 이름입니다. 브니엘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며 새로운 이름 ‘이스라엘’을 받은 후, 그는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그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이제 그는 단순히 아브라함의 손자, 이삭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과 씨름하며 관계를 맺은 사람으로서 자기 신앙의 주체가 된 것입니다.
이 제단은 야곱이 지금까지 지나온 여정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며, 앞으로 살아갈 모든 날에 대한 헌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는 단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으로 돌아왔고, 그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제단을 세운 것입니다. 야곱의 제단은 과거에 대한 감사이자 미래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지혜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제단의 이름은 그의 믿음이 단지 개인적인 위로를 넘어서, 공동체를 위한 신앙 고백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야곱은 이제 아내들과 자녀들,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가족의 지도자이며, 그들에게 믿음의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는 이 제단을 통해 자기 가족에게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려주고, 이 땅에서 자신이 누구를 믿고 의지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제단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 속에서 신앙의 주권을 선포하는 믿음의 표지입니다.
결론
창세기 33장 18절부터 20절은 짧은 본문이지만, 야곱 인생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오랜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가나안 땅 세겜에 평안히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땅을 사고, 장막을 치고, 제단을 쌓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단순한 일상의 정착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고 그 약속 안에서 살아가겠다는 믿음의 고백이자 실천입니다.
야곱은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닙니다. 그는 이제 하나님과 씨름한 이스라엘로, 하나님의 약속을 붙든 언약의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가 제단을 쌓고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이름 붙인 순간은, 자신의 이름을 넘어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자로 살아가겠다는 결단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제단 위에서 야곱은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합니다.
우리 삶에도 야곱처럼 정착과 헌신의 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삶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세우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 자리에 제단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하나님께 의탁하며, 그분의 이름을 높이는 제단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의 시작입니다. 야곱이 세겜에서 드린 고백처럼, 우리의 삶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워지고 그분께 드려지길 소망합니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의 제단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며, 언약을 이루어가고 계십니다.
창세기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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