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4 : 1 ~ 12 절 묵상
거룩함을 침범한 사랑
본문 요약
야곱의 딸 디나는 가나안 땅 세겜 성의 여인들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그곳의 추장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욕보임을 당합니다. 세겜은 디나를 마음에 들어하고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원하며, 그의 아버지 하몰과 함께 야곱과 아들들에게 혼인을 요청합니다. 그들은 많은 예물을 약속하며 간절히 호소합니다. 이 사건은 개인적인 감정과 공동체적 가치,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충돌하는 복잡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본문의 구조
- 디나가 나가다 (1절)
- 세겜의 범죄와 사랑 고백 (2절–4절)
- 하몰과 세겜의 결혼 요청 (5절–12절)
디나가 나가다
본문은 야곱의 딸 디나가 그 땅의 여인들을 보러 나갔다고 기록하며 시작합니다. 디나는 레아가 야곱에게서 낳은 딸로서, 야곱의 열두 아들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이 언급된 딸입니다. 그녀는 혼자 외출했고, 그것이 사건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이방 땅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한 여인이 혼자 외출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이방 땅에서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살아가는 가정의 자녀였습니다. 그녀의 외출이 단순한 호기심이었든, 사교적인 방문이었든 결과적으로는 위험한 환경 속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이 되었고, 이는 이방 문화의 거칠고 방탕한 현실과 충돌하면서 불행한 사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디나의 외출은 단순한 개인의 행동이지만, 성경은 그로 인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 가정과 공동체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과 접촉할 때, 거룩함과 구별됨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장면입니다. 이방 문화 속에 살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경계가 무너질 때, 그 결과는 한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고 공동체 전체를 흔들게 됩니다. 디나는 세겜 성의 여인들과 같은 삶을 살고자 나간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외출은 언약 백성의 삶이 세상의 문화와 얼마나 다른지를 간과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영적 경각심을 주는 사례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세겜의 범죄와 사랑 고백
디나가 외출했을 때, 그 땅의 추장 하몰의 아들 세겜이 그녀를 보고 욕보였다고 성경은 분명히 기록합니다. 여기서 '욕보이다'는 말은 성적인 폭행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니라 범죄였습니다. 세겜은 권력자의 아들이었고,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한 채 디나를 취하고 욕보였습니다. 그러나 사건은 그 후에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세겜은 디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의 마음을 말로 달래며 혼인을 원하게 됩니다. 이것은 현대인의 정서로 보면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시 고대 근동의 문화에서는 강제로 취한 후 사랑하게 되는 상황이 전혀 이례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세겜의 사랑은 결과를 따르지 않은, 자기 중심적인 감정이었습니다. 사랑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그가 행한 일은 상대의 인격과 공동체의 가치를 무시한 폭력이었습니다.
세겜은 디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 사랑은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었고 하나님의 백성과 언약 공동체를 향한 이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방 문화의 방식대로 사랑을 주장하고 혼인을 요청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에게 있어 결혼은 단지 감정의 문제나 경제적 계약이 아니라 믿음의 정체성과 직결된 신앙적 결단입니다. 세겜은 이 중요한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디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의 사랑은 하나님의 뜻이나 질서를 따르지 않는 위험한 감정이었습니다. 이 사랑은 결국 야곱의 아들들의 분노와 슬픔을 불러오게 되었고, 이후에 공동체 전체를 휘청이게 만드는 비극의 서막이 되었습니다.
하몰과 세겜의 결혼 요청
세겜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그의 아버지 하몰과 함께 야곱을 찾아옵니다. 하몰은 자신의 아들의 감정을 존중하며, 디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는 마음을 정중히 전달합니다. 그는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떠한 조건도 맞추겠다고 말합니다. 하몰은 야곱과 그의 가족이 자신들의 공동체 안에 들어와 함께 살고, 땅을 누리며 교류하기를 제안합니다. 그는 그들의 자녀들이 서로 통혼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하몰과 세겜은 결혼을 매개로 하여 야곱의 가족과 정치적, 경제적 연합을 도모하려 합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 혼인을 원했고, 세겜은 디나를 자기 아내로 삼기 위해 필요한 어떤 대가도 치를 의향이 있음을 밝힙니다.
세겜은 야곱과 그의 아들들에게 말합니다. “너희가 내게 말하는 것은 내가 다 주리니, 나에게 이 소녀를 아내로 주라”고 요청합니다. 세겜의 말에는 그의 강한 감정과 결혼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값이나 예물을 얼마든지 주겠다고 하며, 디나를 얻기 위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그가 저지른 본질적인 죄를 가리려는 방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회개보다는, 그것을 합리화하고 결과적으로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디나는 여전히 세겜의 집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가족과 공동체가 심각한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야곱과 그의 아들들은 하몰과 세겜의 요청 앞에서 침묵하거나, 말을 아낍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분명히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을 것입니다. 딸을 욕보인 자가 사랑을 말하며 혼인을 요청하고, 이방과의 연합을 제안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언약 백성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사람의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기준을 따라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창세기 34장 1절부터 12절까지의 본문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방의 방식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디나는 언약 백성의 자녀였고, 그녀의 외출은 단순한 사회적 접촉처럼 보였지만, 결국 세상의 방식과 언약의 정체성 사이의 긴장과 충돌을 불러왔습니다. 세겜은 디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 사랑은 하나님의 기준 안에서의 사랑이 아니었고, 오히려 폭력과 자기중심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하몰과 세겜의 결혼 요청은 세상적인 관점에서는 이해 가능한 행동이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 안에서는 매우 심각한 가치 충돌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감정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제안들이 항상 선한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을 기준 삼지 않은 관계 맺음은 결국 신앙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 전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거룩함은 단지 윤리적인 규범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본질적인 삶의 태도입니다.
야곱과 그의 가족은 이 상황 속에서 큰 슬픔과 분노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들은 이방 세계와의 접촉이 가져온 결과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히 믿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삶의 기준을 하나님의 말씀에 맞추어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언제나 세상 한가운데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구별됨과 거룩함을 지켜내야 할 부르심을 받은 존재입니다. 디나의 사건은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언약 백성이 지켜야 할 삶의 기준과 신앙의 분별력을 강하게 일깨워주는 본문입니다.
창세기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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