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0 : 6 ~ 20 절 묵상
인간의 권세와 하나님의 통치
본문 요약
창세기 10장 6절부터 20절은 노아의 아들 함의 후손들에 대한 계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함의 아들들과 그 자손들은 이집트, 아프리카, 가나안 땅, 바벨론 등 고대 근동의 여러 강대국들과 연결되며, 그들 가운데는 니므롯처럼 스스로 권세를 세운 인물도 등장합니다. 본문은 이들이 어디에 정착하고 어떤 민족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며, 인간의 정치적 확장과 하나님의 역사 속 질서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드러냅니다.
본문의 구조
- 함의 아들들 소개 (6절)
- 니므롯과 그의 나라 (8–12절)
- 가나안과 함의 다른 후손들 (13–20절)
함의 아들들 소개 (6절)
창세기 10장 6절은 함의 아들 넷, 즉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과 가나안을 소개합니다. 이 네 이름은 단순히 가족구성원이 아니라 후에 고대 문명과 제국으로 이어지는 기초가 됩니다. 구스는 에티오피아 혹은 누비아 지역과 연결되고, 미스라임은 애굽 곧 이집트를 가리킵니다. 붓은 리비아 또는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과 연결되며, 가나안은 이스라엘이 들어가기 전 약속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던 족속들의 조상이 됩니다. 이 네 아들의 이름은 모두 이스라엘 백성이 구약의 역사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외적 또는 종교적 대립자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단순한 족보 이상의 긴장감을 가집니다. 하나님께서 인류를 다시 번성하게 하신 결과로 각기 다른 민족이 생겨났고, 그 민족들 가운데에는 이스라엘과 충돌하게 되는 역사적 흐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성까지도 그분의 역사 안에 포함시키시며, 심판과 회복이라는 구속사의 과정을 예비하신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함의 아들들이 나눈 지역은 대체로 아프리카와 중동 남부 지역으로서 풍부한 자원과 전략적 위치를 갖춘 곳들이었고, 이는 곧 정치적, 군사적 강대국의 기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받은 땅에서 문명을 일구며 발전해 나갔지만, 그 발전이 하나님을 향한 겸손한 순종이 아닌 자기 확장과 교만으로 이어질 때, 그 결과는 반드시 하나님의 개입과 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번성을 허락하셨지만, 동시에 그 역사의 중심에서 하나님 없이 스스로를 높이는 시도에 대해서는 끝까지 간섭하셨습니다.
니므롯과 그의 나라 (8–12절)
구스의 아들 중 니므롯은 이 계보에서 유일하게 구체적인 생애와 업적이 소개되는 인물입니다. 8절부터 12절까지의 본문은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도시들을 세웠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에 첫 용사”였다는 표현은 단순히 힘이 셌다는 의미를 넘어서, 인간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도시와 국가를 세운 권력자였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니므롯은 하나님의 이름이나 뜻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나라를 드러낸 최초의 인물로서, 이후 바벨탑 사건과도 연결되는 인물입니다. 그는 시날 땅에서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를 세웠고, 앗수르 땅으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레센까지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착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도시 형성과 제국의 기초를 마련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땅을 다스리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주셨지만, 니므롯은 그것을 자신을 높이는 도구로 삼았습니다. 그는 용맹과 지략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의 도시는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바벨탑 사건으로 이어지며, 인간이 하나님의 이름보다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자 할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경고합니다. 니므롯의 존재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전설적인 영웅처럼 여겨졌을 수도 있지만, 성경의 기록은 그의 위대함을 찬양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방향성을 조심스럽게 경계합니다. 그가 세운 바벨과 니느웨는 훗날 이스라엘의 대적자, 심판의 상징으로 나타나며, 그 시작이 하나님의 뜻을 벗어난 인간의 권세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 없이 이룬 도시와 나라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통치에 도전하는 것이며, 결국 그 안에 내포된 교만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가나안과 함의 다른 후손들 (13–20절)
본문의 후반부는 미스라임과 가나안의 후손들을 통해 더 넓은 지역과 민족의 형성을 보여줍니다. 미스라임은 루딤과 아나밈과 르하빔과 납두힘, 바드루심과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는데, 이 중에서 블레셋이 나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블레셋은 이스라엘과 끊임없이 충돌했던 대표적인 이방 민족으로, 사사시대와 사울, 다윗 시대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이들이 미스라임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이집트와 블레셋의 연결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될 영적, 역사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가나안은 장자 시돈을 낳았고, 그 후로 헷과 여부스, 아모리, 기르가스, 히위, 아르키, 신, 아르왓, 스말, 하맛 족속 등이 이어집니다. 이 족속들은 가나안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았던 토착 민족들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마주하게 될 민족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이스라엘에게 주시기로 하셨지만, 그 땅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해 있던 민족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고 도시국가를 세우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문화는 대부분 하나님을 거부하거나 우상숭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땅을 주시면서 동시에 경고하셨습니다. 그들의 죄악이 차기 전까지는 그 땅을 심판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으며, 이는 하나님의 공의와 인내를 함께 보여줍니다. 가나안 족속들의 존재는 하나님께서 단지 힘으로 민족을 제거하고 정복하시는 분이 아니라, 죄에 대하여 오래 참으시되 결국 공의로 응답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또한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말씀하셨습니다. 가나안의 후손들이 우상과 음행, 폭력의 문화 속에 있었던 것은 단지 시대적 풍습이 아니라 하나님을 거부한 결과였고, 하나님은 그들의 문화를 경고의 대상으로 삼으셨습니다.
결론
창세기 10장 6절부터 20절까지는 함의 자손을 통해 인류 문명의 확장과 그 안에 내포된 교만과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도전을 보여줍니다. 구스와 미스라임, 가나안 등은 모두 강력한 문명을 형성했지만, 그 문명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회복하지 않은 채 인간의 이름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니므롯은 그 대표적인 인물로, 도시를 세우고 제국을 형성했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문명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시지만, 그 중심에 무엇이 있느냐를 끊임없이 묻고 계십니다. 이스라엘의 주변 민족들은 대부분 하나님을 거부하거나 대적하는 세력으로 등장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조차도 자신의 섭리 안에서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백성을 연단하시고 자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고 자신만의 역사를 쌓아갈 수 있지만, 그 모든 흐름 위에 하나님의 손이 있으며, 결국 역사의 방향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가 이루는 모든 일, 세우는 공동체와 일터, 영향력의 중심에 하나님의 뜻이 자리하고 있는지, 아니면 니므롯처럼 나의 이름과 자리를 위해 세우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인류의 시작부터 민족의 다양성과 역사의 확장을 허락하셨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영광과 정의,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창세기 요약
'성경연구 > 성경강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세기 11 : 1 ~ 9 절 묵상 (0) | 2025.03.28 |
---|---|
창세기 10 : 21 ~ 32 절 묵상 (0) | 2025.03.28 |
창세기 10 : 1 ~ 5 절 묵상 (0) | 2025.03.28 |
창세기 9 : 18 ~ 29 절 묵상 (0) | 2025.03.28 |
창세기 9 : 8 ~ 17 절 묵상 (0) | 2025.03.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