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7장 해석

야곱의 축복 가로채기와 형 에서의 분노

본문 요약

창세기 27장은 이삭이 늙고 눈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에서에게 장자 축복을 주려 하자, 리브가와 야곱이 꾀를 내어 이를 가로채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야곱은 형처럼 가장해 이삭에게 축복을 받고, 이후 에서는 분노하며 야곱을 죽이려 한다. 이 장은 인간의 계산과 속임수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본문의 구조

1. 이삭의 축복 준비와 에서의 사냥(1절~5절)
2. 리브가와 야곱의 계획(6절~17절)
3. 야곱이 이삭을 속이고 축복받음(18절~29절)
4. 에서의 돌아옴과 절망(30절~40절)
5. 야곱의 도피 준비(41절~46절)

이삭의 축복 준비와 에서의 사냥

이삭은 나이가 많고 눈이 어두워지자 큰아들 에서를 불러 “내가 이제 늙어 어느 날 죽을는지 알지 못하니… 사냥하여 별미를 만들어 가져오면 내가 너를 축복하리라”고 말한다. 이는 당시 장자에게 주어지는 중요한 영적·물질적 축복으로, 가족의 리더십과 하나님의 언약 계승과 연결된 매우 중대한 선언이다.

하지만 이삭은 이미 하나님께서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하셨던 말씀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편애와 입맛에 따라 에서에게 축복을 주려 한다. 이는 인간의 뜻과 하나님의 뜻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리브가와 야곱의 계획

이 말을 몰래 들은 리브가는 즉시 야곱을 불러 꾀를 꾸민다. 에서가 사냥해서 돌아오기 전에, 야곱이 염소 새끼로 별미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들고 가서 축복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야곱은 자신이 들사람이 아닌 것을 걱정하며 “내 아버지가 나를 만지실 터이니…”라며 주저하지만, 리브가는 “내 아들아, 내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네 말만 따르라”며 그를 안심시킨다.

리브가는 야곱에게 에서의 옷을 입히고, 염소의 가죽으로 그의 손과 목을 감싸도록 하여 외형적으로도 에서처럼 꾸민다. 이 장면은 속임수의 철저함을 보여주며, 리브가가 하나님의 뜻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이루려는 잘못된 신앙을 드러낸다.

야곱이 이삭을 속이고 축복받음

야곱은 음식을 준비해 이삭에게 가져가고, 스스로를 “나는 에서입니다”라고 말하며 속인다. 이삭은 목소리를 듣고 의심하지만, 손을 만져보며 털이 많은 에서 같다고 생각하고 결국 속는다. 이삭은 야곱을 축복하면서 “하나님은 네게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 여러 민족이 너를 섬기며… 네 형제들의 주가 될지라”고 선언한다. 이 축복은 명백히 장자에게 줄 축복이며, 하나님의 언약 계승을 상징하는 말씀이다.

이삭은 이 축복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이후 에서가 돌아왔을 때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 이는 히브리적 사고 속에서 말의 권위와 축복의 불가역성을 보여준다.

에서의 돌아옴과 절망

에서가 사냥해서 돌아와 별미를 만들고 아버지에게 나아가자, 이삭은 큰 충격에 떨며 “그가 과연 속여 네 복을 빼앗았도다”라고 말한다. 에서는 “나를 위하여도 축복하소서”라며 울부짖지만, 이삭은 “그를 주로 세웠은즉” 더 이상 줄 축복이 없다고 말한다.

에서의 절망은 단순한 물질적 손실이 아니라, 자신이 받았어야 할 인생의 길이 바뀌었다는 절감에서 오는 것이다. 이삭은 그에게 “너는 칼을 믿고 살겠고 네 아우를 섬길 것이며…”라고 말하지만, 후에 자유롭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여지도 남긴다. 이 축복은 장자의 복과는 전혀 다르며, 갈등의 여지를 남긴다.

야곱의 도피 준비

에서가 야곱을 죽이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안 리브가는 다시 개입하여 야곱을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시키기로 한다. 그녀는 이삭에게 에서가 헷 사람과 결혼한 것처럼 야곱도 이방 여인과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설득한다.

이 장면은 야곱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출발점이자, 이후 라반의 집에서의 고된 시간과 하나님의 훈련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결론

창세기 27장은 인간의 약함, 속임수, 편애, 계산이 교차하는 복잡한 장이지만, 그 안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정확히 진행된다. 이삭은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려 했고, 리브가는 인간적 꾀로 하나님의 일을 이루려 했으며, 야곱은 속임으로 복을 얻었고, 에서는 경솔하게 잃어버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실수와 갈등 속에서도 언약의 계보를 정확히 이끌어 가신다. 이 장은 하나님의 계획은 인간의 실패보다 더 크고, 결국 그 뜻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깊은 교훈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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